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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우리는 글 : 안승준 그림 : 홍나리 출판사 : 사계절 / 104쪽 발행일 : 2019-06-30

추천그림책

2019 기관 〈KBBY〉 

천천히 걷는 그림책 『어느 날, 우리는』

그림책, 『어느 날, 우리는』이 출간되었다. 어느 날의 산책길에서 우연히 시작된 인연들처럼, 표지를 넘기면 길고양이 한 마리와 길을 걷는 여자의 모습이 보인다. 쓰레기통 뒤에 쏙 숨은 고양이를 발견한 여자. 모든 관계가 그렇듯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지나며 둘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떨어져 걷던 거리도 가까워지고, 이따금은 서로에게 아는 체도 해 본다. 우리는 누구나 그렇게 관계를 맺고, 때로는 특별한 존재가 되어 주며 살아간다. 어느 날, 벤치 아래에서 비를 피하던 고양이에게 죽음이 찾아온다. 주저 없이 곧장, 죽음을 받아들인 고양이의 모습은 한껏 가볍고 당당하며 그 속에는 어떤 불안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여자는 고양이가 남긴 몸의 가죽을 정갈하게 수습하고 나무 아래에 묻으며 조용히 애도한다. 죽음, 헤어짐, 이별. 목전에 닥치기 전까지는 화제에 올리고 싶지 않은 단어들이고 그렇기에 불안의 가중치를 더하는 주제들. 하지만 이 그림책이 죽음을 표현하는 방식은 굉장히 솔직하고 신선해서, 갑자기 멘톨 향을 맡은 것처럼 묵직한 감정이 훅 가신다.

죽음. 그 뒤에는 무엇이 이어질까. 누구도 뭐라고 정의내릴 수 없는 그 세계. 작가는 솔직하고 사랑스러운 방식으로 그 세계를 그려낸다. 고양이는 새가 되고, 돌고래로, 사자로, 또는 민들레 홀씨가 되어 세상을 누빌 수도 있다. 도심 속 지하철에서는 그런 민들레 홀씨를 알아보는 여자가 있을 수도 있다. 이별은 다시 볼 수 없기에 힘든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떨까. 서로를 알아볼 수 있다면 그만큼 반가운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작가가 건네는 결말이 유난히 고맙다.


출판사 리뷰

뮤지션 안승준 × 일러스트레이터 홍나리
음악과 그림이 함께한 컬래버레이션

이 그림책은 안승준과 홍나리의 뮤직비디오 작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안승준은 오랫동안 밴드 보드카레인의 보컬이었고, 지금은 솔로로 활동하고 있다. 홍나리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책 작가이다. 둘은 첫 아이의 출산을 앞두고, 그들이 곧 마주할 탄생뿐 아니라 죽음과 헤어짐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런 경험들이 동기가 되어 안승준이 책의 원곡인 ‘We will see someday’를 짓고, 홍나리가 그의 음악을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뮤직비디오(애니메이션)를 완성했다.

잔잔한 선율과 보컬, 그리고 은은한 그림이 잘 어우러지는 두 사람의 작품은 영국의 작은 마을 극장, 이탈리아의 동굴에서도 상영되었으며 29곳이 넘는 해외 필름페스티벌 공식경쟁부문에 올랐다. 그리고 그 영상을 그림책의 물성에 맞게 다시금 작업하여 이 책을 완성했다. 그림책의 앞쪽에 배치한 QR코드로는 안승준의 매력적인 보이스가 담긴 원곡을 들을 수 있다. 음악을 틀어 놓고 책장을 넘겨보기를 권한다. 때로는 마음이 가는 장면에 오랜 시간 머물러도 좋다.

흑백의 맛, 글 없는 그림책을 읽는 즐거움

이 책의 얇고 옅은 흑백의 선들은 정겨운 마을의 풍경이 되기도 하고, 따듯한 첫 만남의 순간을 그려내기도 한다. 연필 선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그림만으로도 잔잔하게 흘러간다. 부드러운 모노톤의 그림은 마치 마음 한켠에 담아두었던 추억을 꺼내어 보이는 듯하다. 여자와 고양이의 걸음을 따라 이야기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흘러간다. 이러한 그림책의 물성을 살려 작가는 마을과 거리의 풍경을 화면 가득 담았다가도 어떤 장면에서는 하얀 바탕 위로 연속적으로 분할 컷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러한 구성으로 작품을 그림 호흡에 맞춰 천천히, 섬세하게 만날 수 있다. 담백하게 배치된 그림들은 마치 오래된 영화 필름을 보는 것 같은 시각적 즐거움을 주고, 글 없는 그림책의 매력을 보여준다.

곡을 쓴 안승준은 음악과 그림으로 한층 풍부하게 이야기를 접할 수 있도록, 실제 책에는 최대한 간추린 글을 실었다. 한 장씩 넘겨온 그림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고, 어쩌면 이별한 누군가가 혹은 무엇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한 장 한 장, 눈으로 그림을 짚어가며 책장을 넘겨보자.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나무처럼 마음속, 고요하게 스며드는 이야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작가
안승준
그림작가
홍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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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리뷰 / 독자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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