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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 어렵겠지만, 엘비스 의상실 글 : 최향랑 그림 : 최향랑 출판사 : 책읽는곰 / 60쪽 발행일 : 2018-05-30

살면서 한 번쯤은 누구에게나 마법 같은 순간이 찾아온다
최향랑 작가가 콜라주 ‘부심’으로 빚어낸 명랑한 상상, 어른들을 위한 본격 생활예술 그림책

『믿기 어렵겠지만, 엘비스 의상실』은 그림책 작가 최향랑의 어른들을 위한 생활예술 그림책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말도 안 되게 좋은 조건으로 들어간 셰어하우스. 그런데 집주인이 개구리 씨? 이 책엔 십 년 동안 옷 열 벌을 만들어 주고 아파트를 물려받게 된 주인공이 의상실을 차리게 된 사연이 담겼다. 명랑하고 엉뚱한 상상이 바느질과 가위질로 완성한 개구리 인형에 실크스크린으로 작업한 그림들과 만나 읽고 나면 누구나 뭐든 만들고 싶어진다.

출판사 리뷰

이상한 셰어하우스

‘나’는 별 볼 일 없는 화가로 작업실을 비워 주고 새로 얻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어느 날 우연히 말도 안 되는 조건의 집 하나를 소개받는다. 요즘 인기라는 셰어하우스인데, 조건이 파격적이다. ‘혼자 사는 집주인과 공간은 나눠 살되 집안일을 조금 도와주기만 하면 보증금 없이 관리비만 내는’ 특별 조건인데,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밝고 깨끗하고 아늑한 고층 아파트를 둘러보던 나는 이상한 소리에 깜짝 놀라고 만다.

깜짝 놀라 거실로 나가 보니 소파에 주먹만 한 연두색 개구리가 앉아 있었다. 부동산 아주머니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믿기 어렵겠지만, 개구리 씨가 이 집 주인이라고 했다. 개구리 씨는 웃고 있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았는데 걸걸한 목소리로 천천히 한 마디를 내뱉었다.-6쪽

세상에, 집주인이 개구리 씨? 믿기 어렵겠지만, 변기에서 반신욕을 즐긴다는 개구리 씨는 욕실 두 개 중 하나만 차지할 거고 나머지는 다 세입자 차지라니, 나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루에 한 번 살아 있는 밀웜으로 식사만 챙겨 주면 되고, 변기 물 내릴 때 잘 살펴보기만 하면 되니까.

개구리 씨의 세상 구경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고 이상한 집주인 개구리 씨와 이상한 동거를 한 지 일 년이 지난 어느 날, 개구리 씨는 자신의 생일이라며 은근하게 옷을 한 벌 주문한다.

그는 수줍은 표정으로 여대생에게 인기 있는 스타일의 옷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나는 아무래도 학교 동아리 선배 같은 풋풋한 스타일의 맨투맨 티에 청바지 아니겠느냐고 심드렁하게 대답했다.-8쪽

나는 개구리 씨에게 생일 선물로 기꺼이 옷을 만들어 준다. 작은 맨투맨 티와 청바지 한 벌을 만들어 개구리 씨 욕실에 두면서 개구리 씨가 대학 생활에 성공하기를 빌어 준다.
이후로 개구리 씨는 자신의 생일이 있는 5월이 되면 물음인 듯 주문인 듯 옷을 부탁해 왔고, 나는 그를 위해 정성껏 옷을 만들어 줬다.
개구리 씨는 십 년 세월 동안 마치 사람의 일생을 사는 듯 다양한 여정을 보여 준다. 대학 생활도 해보고, 힙합 동아리 활동도 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도 하고, 소개팅도 나가고, 취미나 마음 수련을 위해 자수를 배우기도 하고, 동양화를 그리기도 하면서. 그리고 열 번째 생일 선물로 옷을 받은 개구리 씨는 그동안 한 번도 얘기한 적 없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개구리 씨는 자신이 호주 출신의 화이트 트리 프로그라고 했다. 혈육 하나 없이 자기를 애지중지 키우던 할머니가 2년 뒤에 돌아가시면서 이 집을 물려받았다고 했다. 애완 개구리로 살다 보니 모든 것이 서툴러 먹이라든지 집안 관리라든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 동거인을 찾았고, 나를 처음 보았을 때 왠지 믿기 어려운 일도 잘 믿어 줄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취업하려고 노력도 많이 해 봤고 연애도 결혼도 생각은 있었지만 쉬운 일은 아니어서 결국은 혼자 사는 것에 익숙해졌다고 했다. 같이 살면서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옷을 선물받을 때가 제일 행복했다고도 했다.-31쪽

엘비스 의상실

개구리 씨는 다음 생일을 맞게 된다면 엘비스 프레슬리의 무대 의상을 갖고 싶다며 자기는 목소리가 걸걸해서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진 엘비스가 늘 부러웠다고 고백한다. 누구나 남들한테는 말하기 부끄러운, 그냥 꿈으로만 간직하고 싶은 소망이 있는 거라며. 그렇게 개구리 씨는 나와 십 년을 함께 생활하고 열 벌의 옷값 대신 집을 물려주고 저 세상으로 떠난다.
나는 이제 화가 일은 접고 의상실을 차렸다. 믿기 어렵겠지만, 개구리 씨가 죽고 난 그해 초여름부터 개구리 씨한테 명함을 받았다며 손님이 부쩍 많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뭔가 크고 작은 고민거리가 있는 고객들로, 나는 자연스레 패션 상담과 더불어 고민 상담까지 떠맡았다. 그다음 해 개구리 씨의 생일에 맞춰 나는 엘비스 프레슬리 무대 의상을 만들어 개구리 씨 무덤을 찾아간다.

“개구리 씨, 이 옷, 오늘에야 완성했어요. 반짝이 붙이느라 꽤나 고생했어요. 꽥꽥거리는 개구리 씨 목소리 처음엔 거북했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런데 듣다 보니 그 리듬에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목소리가 부드럽든 거칠든 개구리 씨는 언제나 제 마음속의 엘비스예요.”-40쪽

그러던 어느 날, 미어캣 두 마리가 자신들을 조수로 써 달라며 의상실을 찾아온다. 손재주는 없지만 방청객 수준의 리액션을 장착한 이들은 손님들에게 매력 만점이다. 나는 둘에게 미자, 미미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친구처럼 지낸다. 몹시도 피곤한 여름날, 불청객이 찾아오면서 가뜩이나 믿기 어려운 일투성이 의상실에 더더욱 믿기 어려운 일이 생긴다. 한때 잘나가던 밤무대 가수 미사리 엘비스는 발라드 가수로 데뷔하고 싶었으나 일이 꼬여서 트로트 곡 앨범을 내게 되고, 쫄딱 망해 폐인처럼 지냈다. 그러다 마침 그날 대타로 밤무대에 다시 서게 되었는데 마땅한 의상이 없어 업소에서 빌려온 옷을 수선하러 온 것이다. 물론 이 엘비스도 개구리 씨한테서 명함을 받았다.
나는 마지못해 엘비스의 무대 의상을 손봐 주고 행운을 비는 의미로 의상실 벽 한가운데 걸어 놓은 개구리 씨의 엘비스 의상에서 별 하나를 떼어 그의 옷에 달아 준다. 그리고 미자, 미미와 함께 난생처음 밤무대 구경에 나선다.
현실은 녹록지 않아서 그의 무대는 등장부터 손님들의 야유를 부르고, 아니나 다를까 엘비스 프레슬리의 ‘러브 미 텐더’를 부르다 삑사리가 나고 만다. 그러나 그 속에서 나는 너무나도 익숙한 눈빛을 읽어 낸다.

그는 무대 아래 테이블을 훑어 오늘의 은인들을 찾는 것 같았다. 그의 가슴에서 별 장식이 반짝 빛나고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가 내 눈을 지그시 들여다봤다. 아아, 무심한 듯 다정한 까만 눈동자! 감사를 넘어선 그 눈빛! 믿기 어렵겠지만, 그것은 너무나 익숙하고 그리운 개구리 씨의 눈빛이었다.-49쪽

미사리 엘비스는 그 후 지방으로 내려가 여전히 가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며 편지를 보내온다. 나는 오랜만에 개구리 씨의 욕실에 들어갔다가 개구리 씨의 사진들을 찾아내고 감상에 젖는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옷을 만든다. [믿기 어렵겠지만, 엘비스 의상실]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손님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며 그들만의 패션을 완성]해 준다. 이제 여러분이 방문할 차례다. 언제든지 패션 고민, 인생 고민을 들고 찾아와 주길.

믿기 어렵겠지만, 믿고 싶은 작은 행복 이야기

제비 다리 고쳐 주고 금은보화를 얻는다는 건 이제 옛말이다. 개구리에게 옷 열 벌을 해 주면 집 한 채를 얻는다는 말이 훨씬 더 그럴듯하다. 작가는 실제로 애완 개구리를 9년 동안 길렀다 한다. 허풍선이 남작의 피를 이어받은 듯 작가는 천연덕스럽게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그럼에도 마음이 절로 움직이고, 작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은 작가가 진심으로 그려 낸 ‘사람 냄새’ 덕분이다.
작업실 세를 올려 줄 수 없어 쫓겨난 ‘나’는 그야말로 별 볼 일 없는 화가지만, 결국엔 자신의 재능을 발견한다. 어떻게든 이 세상에 적응해 잘 살아 보려 했던 개구리 씨의 고군분투는 우리네 인생과 너무나 닮았다. 나와 개구리 씨와의 우정은 그 어떤 관계보다 신의에 차 있고, 서로를 밝게 빛내 준다.
앞으로는 주변을 잘 살펴보자. 우리 주위에도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믿을 수 없겠지만, 고릴라이거나 외계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누가 됐든 진심으로 서로의 안녕을 빌어 줄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훨씬 더 가치 있을 것이다.

예술이 뭐 별 건가? 일상에서 예술하기

전체 2권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는 두 번째 권 『엘비스 의상실 다이어리』에서 1권의 개구리 씨와 만난 인연이 있는 씨앗 사람들의 본격 의상실 방문기가 담기면서 재미를 더한다. 개구리 씨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 만난 길인 씨의 허리가 길어서 슬픈 사연, 개구리 씨가 자수를 배울 때 만난 근육 매니아 아령 씨의 숨겨진 여성성 등 고객들의 패션 고민, 인생 고민을 듣다 보면 [믿기 어렵겠지만, 엘비스 의상실]에 찾아가 내 고민을 털어 놓고, 나만의 패션을 완성하고 싶을 지경이다. 씨앗 사람들의 모습은 1권에서는 실크 스크린으로 담겼고, 2권에서 씨앗과 꽃잎으로 완성한 진짜 사람 같은 인물들의 실체가 등장한다.
작가가 명랑하고 엉뚱한 상상으로 펼쳐 내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는 바느질과 가위질로 완성한 개구리 인형에 실크스크린으로 작업한 그림들과 만나 누구나 믿고 싶은 이야기로 변신한다. 작가는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혹은 보고도 알지 못하는 우리 주변의 일상과 소소한 자연물들이 주는 작지만 확실한 즐거움을 전해 준다. 이 책의 전체 구성을 보면 첫 장면에서 ‘진짜’ 작가가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모습이 실사로 들어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최향랑 작가의 ‘실제’ 책상이다. 어찌 생각하면 일장춘몽처럼 이 모든 이야기는 작가가 진짜 꾸며 낸 것일 수도 있겠지만, 왼쪽 페이지에 어떤 천으로 어떤 도안을 그렸는지 등등 디자이너의 작업 스크랩북이 담기면서 신빙성을 더한다. 오른쪽 페이지는 개구리 씨의 삶의 여정을 작가가 직접 카메라에 담았다. 작가는 이 책을 위해 실크스크린을 배웠고, 몇백 장씩 찍어 가며 한 장의 완성 컷을 뽑아냈다.
작가가 이 책에서 선보이는 개구리 인형이나 소품들은 자투리 천에 그림을 그리고 색칠한 다음 손바느질로 삐뚤빼뚤 꿰매 만들거나, 플라스틱 병뚜껑 틀(개구리 씨의 자수틀)이나 빨대(개구리 씨의 동양화 붓), 스팽글(개구리 씨 옷에 달린 지퍼 등) 등을 활용해 만든 것이다. 그야말로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특출

그림작가
최향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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